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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 만남:탱고의 본고장에서 직접 배우는 ‘진짜’ 탱고,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서 책 한 권 읽기,아사도(Asado) 바비큐 맛보기,축구 광팬들의 성지[ 보카 주니어스 경기] 직관하기
sayok2518 2025. 2. 13. 13:12
처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치 유럽 어딘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국가 중에서도 유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 불릴 만큼 세련된 건축과 예술적 분위기를 자랑한다. 거리마다 우아한 카페와 오래된 서점이 즐비하고,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춤을 춘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히 ‘유럽 같은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특유의 열정과 개성이 넘치는 나라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유럽과 남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이 아르헨티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즐길 거리를 소개하려 한다.
1. 탱고의 본고장에서 직접 배우는 ‘진짜’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경험 중 하나는 바로 ‘탱고’ 배우기다.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본고장이며, 이곳에서는 누구나 탱고를 즐길 수 있다.
나는 여행 중 현지 친구의 초대로 ‘밀롱가(Milonga)’라는 탱고 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입구를 지나자, 마치 1930년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와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우아한 스텝을 밟으며 탱고를 추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에 매료되었고, 결국 용기를 내어 초보자를 위한 무료 탱고 레슨을 신청했다.
탱고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나누는 언어였다. 음악에 맞춰 몸을 맡기고,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순간, 마치 한 편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배우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이 나라의 감성과 정서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이었다.
2.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서 책 한 권 읽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르헨티나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El Ateneo Grand Splendid)’다. 이곳은 원래 1919년에 지어진 극장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나는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숨이 멎을 뻔했다. 천장에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고, 극장의 원형 무대는 카페로 변해 있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시켜들고 무대 위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무대에서 독서를 하는 경험이라니—이것이 바로 아르헨티나가 가진 매력이었다.
3. 전 세계 미식가들의 천국, 아사도(Asado) 바비큐 맛보기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고의 소고기 맛을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아르헨티나식 바비큐인 아사도(Asado)는 현지인들의 소울푸드다.
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가정집에서 열리는 아사도 파티에 초대된 적이 있다. 정원에는 커다란 그릴이 있었고, 주인은 직접 소고기와 소시지를 구우며 손님들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아사도는 단순한 고기 요리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였다.
4. 축구 광팬들의 성지, 보카 주니어스 경기 직관하기
아르헨티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축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라는 두 거대한 축구팀이 있다.
나는 운 좋게도 보카 주니어스 경기 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경기 당일 ‘라 봄보네라(La Bombonera)’ 경기장에 들어섰다. 수만 명의 팬들이 푸른색과 노란색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고, 분위기는 마치 축제와 같았다.
90분 내내 팬들은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거리에서 함께 춤을 추며 승리를 축하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탱고를 배우며 삶의 열정을 느꼈고, 아름다운 서점에서 조용한 휴식을 취했다. 아사도를 먹으며 현지인들과 우정을 나누었고, 축구 경기장에서 순수한 열정을 목격했다.
이곳은 남미의 파리이지만, 동시에 유럽과는 또 다른 뜨거운 감성이 넘치는 나라다. 만약 당신이 색다른 문화 경험을 원한다면, 아르헨티나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특별한 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게 된다면, 나는 그때도 탱고를 추고, 스테이크를 맛보며, 축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이곳에 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