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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주인공 이미지

 

 

 

"야, 너 퇴사하면 뭐 할 거야?"

퇴근 후 치킨에 맥주 한잔 걸치며 친구가 던진 이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자연인이다…."

친구는 피식 웃으며 "너도 그거 봐?" 하고 묻는다. 안 볼 리가 있나.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가끔은 화면 속 자연인이 부러워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다. 왜 우리는 매주 저 산속 아저씨들을 찾아가는 걸까? 그리고 대체 왜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오래가는 걸까? 직장인의 한탄을 담아, 이 애증의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이유를 파헤쳐 보자.

자연인의 삶 = 직장인의 로망

출근길에 꽉 막힌 도로에서, 상사의 끝없는 잔소리를 들으며, 이메일 폭탄을 맞으며 우리는 다짐한다. "다 때려치우고 산에 들어갈 거야!" 그런데 정말 산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자연인들은 하나같이 고난과 역경을 겪고 자연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도시에서 상처받고, 배신당하고, 한때는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그들. 하지만 지금은 계곡물을 떠다 마시고, 고라니랑 눈싸움을 하고, 나무로 집을 짓고 산다. 물론, 우리도 자연으로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아무리 자연이 좋다고 해도 난방비 지원 없으면 겨울에 얼어 죽는다. 전기도 없으면 노트북 충전도 못 한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월세를 내야 한다. 산속엔 월세를 받을 집주인이 없지만, 우리는 도시에 사는 한 월세와 대출이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인을 동경하며 대리만족할 뿐이다.

자연 속 음식 = 직장인의 해방구

"자연인이 끓여준 이 된장국! 진짜 깊은 맛이 나네요~!"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나오는 멘트다. 자연인은 직접 키운 채소와 직접 띄운 된장으로 국을 끓인다. 고기도 직접 잡는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으며 힐링하는 진행자의 얼굴을 보면… 배가 고파진다.

현실에서 직장인들의 점심은 어떤가? 컵라면 하나로 버티거나, 맛도 없는 회사 구내식당 밥을 꾸역꾸역 먹고, 가끔은 바빠서 밥도 못 먹는다. 퇴근 후 간신히 배달 음식을 시켜도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을 넘었다. 이럴 때 보면 자연인의 된장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보인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면 자연인들은 한 끼를 먹기 위해 불을 피우고, 직접 채소를 캐고, 물을 긷고, 고기를 잡아야 한다. 사실 우리보다 훨씬 노동 강도가 높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불편함은 잊고, "아… 저렇게 여유롭게 밥 먹고 싶다"라며 자연인을 동경한다.

진짜 자유 = 직장인의 판타지

자연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산다. 아침에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말 그대로 진짜 자유다.

반면 직장인은 어떤가?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야 하고, 출근하면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하기 싫어도 일을 해야 한다. 심지어 주말에도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고, 휴가를 써도 팀장 눈치를 봐야 한다. 결국, 우리는 자유를 원하면서도 자유를 가질 수 없는 삶을 산다.

그러니 자연인의 삶이 눈부시게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언젠가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며, 오늘도 자연인을 보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우리는 출근한다

결국, "나는 자연인이다"가 장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치이고, 회사에서 치이고, 인간관계에 지친 우리들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자연인의 삶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잠시나마 자유를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TV를 끄면 현실이 남는다. 우리는 여전히 월세를 내야 하고, 출근을 해야 하고, 상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또 말한다.

"아… 다 때려치우고 산에나 들어갈까?"

그러나 우리는 안다. 결국 월요일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하고, 다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한숨을 쉴 거라는 걸.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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